#58 김애란, 달콤씁쓸한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2025)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지음), 문학동네, 2025
최신 한국 소설 읽기 시리즈로 이기호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52호)에 이어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었다. 최신이라고는 했지만, 2019년부터 2024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문예지 등에 기고한 글을 모은 단편소설집이다.
단편소설은 꽤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과거에는 단편소설에 — 특히 윤대녕 작가의 《은어낚시통신》을 읽은 후에 — 더 끌렸지만, 이젠 독창적인 서사 구조,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끌고 가는 작가의 필력을 즐길 수 있는 장편소설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재밌게는 읽었으나 한 번 더 읽고 싶은 소설은 아니었다고 매몰차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북토크에 다녀온 얘기는 뒤에).
내가 사진 않았지만 김애란의 그 유명한 《달려라, 아비》는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다.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아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책등을 볼 때마다 다짐했지만 소설은 매번 뒤로 밀렸기 때문에 아직도 읽지 못했다. 그러니까, 김애란의 소설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편소설을 읽었을 때의 그 예전 감각을 이번에 다시 느꼈다. 삐딱하게 말하자면, 쓰다 만 것 같이 급히 끝나는 이야기이고, 친절하게 말하자면, 등장인물 각자의 사연과 감정이 교차하는 시공간의 어떤 찰나를 들어내 토막 난 생선처럼 우리 눈 앞에 들이미는 이야기.
김애란은 자신의 인물들을 가느다란 외줄에 태우고는 희망과 절망 어느 쪽으로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줄은 정말 가늘어서 위태롭다. 그 위태로움은 내가 언젠가 느꼈던 감정, 아니면 그 감정에서 별로 멀리 있지 않은, 누군가에 공감해봤다면 느꼈을 감정이다.
이 책에 즐거운 이야기는 없다. 등장인물들은 쉽게 살 수도 죽을 수도, 쉽게 사람을 버릴 수도 거둘 수도 없다. 많은 문제가 돈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만약 그들에게 많은 돈이 주어졌다면 상황은 변했을까? 최소한, 전세사기와 경매 때문에 과로사한 남편은 죽지 않을 수 있었을까?(〈빗방울처럼〉) 자신이 독서수업을 가르치는, 장애가 있는 학생이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었을까?(〈좋은 이웃〉), 아픈 엄마가 서울 병원에 올라올 때마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동행해 줄 수 있었을까?(〈레몬케이크〉)
배우들은 연기를 하며 다른 인물이 되는 경험을 한다. 그럼 배우가 아닌 우리들은 항상 — 만족스럽기도 하고 불만족스럽기도 하지만 후자일 경우가 많은 — 나로 살 수밖에 없을까? 만약 다른 사람의 감정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면 김애란의 소설을 읽으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명랑한 경험이 되진 않을 것이다.
이기호 작가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북토크에 다녀왔다. 진행자로 박정민 배우가 나왔는데 거기서 그는 '대표'로 불리고 있었다. 둘의 대화를 한 시간 듣고, 청중들이 30분 질문을 하는, 부드럽고 매끈하게 무리 없이 진행되는 행사.
대학의 창작 관련 학과를 나와, 고시 공부하듯 신춘문예를 준비하고, 스펙을 쌓듯 각종 문학상을 수집해 유력 출판사가 홍보하기 좋은 작가가 되는, 한국문단의 정해진 패턴을 따르는 작가들을 비난할 자격은 전혀 없지만, 문학이 그런 것인가하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튼 이기호 작가는 재밌는 사람이었다.






외계인 님 글을 보니... 진짜로 단편소설이 읽고 싶어지네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설 한 편 읽을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