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선의 끊임없는 얽힘과 풀림"
김기흥, 《팀 잉골드》 (2025)
《팀 잉골드》, 김기흥(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2025
팀 잉골드(41호)의 이론에 관한 개론서 《팀 잉골드》가 지난주에 출간돼서 읽었다. 《조응》은 그의 이론의 전체 모습을 모르는 상태에서 읽은지라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 불만족과 잉골드에 대한 관심이 나를 계속 몰아가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은 것은 썩 좋은 선택이었다.
책은 10개의 핵심 개념으로 그의 이론을 소개한다.1
인간과 동물의 얽힘 관계
사회성
조응의 인류학
참여관찰과 민족지
장소, 경관, 선의 인류학
만들기
애니미즘
덩이의 인류학에서 선의 인류학으로
조응과 상호침투성
선, 날씨, 대기
잉골드의 인류학을 '선의 인류학' 또는 '조응의 인류학'이라고 하는데, 핵심어들을 꼽아보면 선, 조응, 얽힘, 장소, 경관, 동사, 그물망, 반(反)학제, 참여관찰, 애니미즘, 작업경관, 물질 매개, 상호침투성 등이다.
인류학에 '선'(line)이라니. 잉골드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을 때는 이해에 앞서 정서적인 거부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생경한 단어 조합으로 분식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학자 또는 책 제목으로 오해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설득력 있는 이론 이상으로, 저 개념들도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저자가 결론처럼 요약한 말을 보자.
잉골드는 라투르나 해러웨이 그리고 근대성을 비판하는 다른 학자들처럼 주체와 대상으로 나누어 사고하는 기존 방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아울러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비인간 행위자들의 행위성을 복원한다. 그 성찰과 복원의 과정에서 핵심은 바로 선의 역동적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방랑'으로 찾아 가는 과정, 선의 끊임없는 얽힘과 풀림에서 만들어지는 '존재의 운동성'이다. (126)
잉골드는 "인간의 삶이 선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주장을 비인간 생물체와 사물에까지 확장"(xv)했는데, 무엇보다 '선'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이 그림을 통해 개략적으로 알아보자.
이 그림은 원래 상호작용과 조응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그림이다. 하지만 조응뿐만 아니라 선, 얽힘, 동사, 상호침투성 등 여러 개념도 함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왼쪽의 "상호작용에서는 [점으로 표시된 두] 주체들이 서로에게 닫혀 있고 (…) 연결될 수 없다". 그러나 오른쪽의 '조응'에서는 "움직이며 서로를 감싸고 꼬이는 선을 그린다. 이 선들은 대위법2적 선율처럼 얽혀 있다"(79). "조응 관계는 [상호작용처럼] 점과 점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선으로 얽힌 관계다"(80-81). 그리고 이 얽힘은 고정되거나 끊이지 않고 얽힘과 풀림을 반복한다.
잉골드는 이런 '선의 얽혀있음'을 피터르 브뤼헐의 〈사육제와 사순절의 싸움〉이라는 그림을 통해서도 설명한다.
각 인물은 어떤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들의 옷차림, 작업 도구, 가지고 있는 장비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 그들의 활동은 서로의 행동에 끊임없이 조응하며 이루어진다. — 잉골드(2017) (60, 재인용)
잉골드도 중요하게 거론하는 '비인간 행위자' 개념을 봤을 때, 한국에서도 끊임없이 거론되는 브루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과 비슷한 이론인가 싶었다. 그러나 잉골드는 라투르를 비판하는 입장이고, 그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둘 모두 비인간 행위자를 고려하지만 그 차이는 꽤 크다. 좀 길지만 인용해보겠다.
그[라투르]는 개코원숭이와 같이 각자의 신체를 갖는 특정 대상에 관한 사회학적 탐구는 가능하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들과 달리 인간의 활동, 다른 모든 대상, 여러 종류의 사물들 그리고 종종 살아 있는 개체들과 그 유명한 행위자 네트워크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주장의 근저에는 사실 근대화의 신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비인간 존재를 대상화하고 이를 자신의 사회적 삶의 일부로 편입시킨다는 측면에서 선사 시대 이래 다른 어떤 창조물과도 구분된다고 봅니다. 다른 존재들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실 이는 잘못된 주장입니다. 다른 존재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 이는 라투르가 말하는 소위 인간과 비인간의 대칭성,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균형이 인간성이라는 예외적 개념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인정하지 않지요. 하지만 이는 그의 주장의 핵심 요소입니다. — 박효민·천명성, "팀 잉골드와의 인터뷰" (2022) (18, 재인용)
'선의 인류학' 삼부작은 《라인스》, 《Making》, 《모든 것은 선을 만들다》이고, 두 권은 한국어판으로 나와있다. 읽어볼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