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팔레스타인 민족 운동은 반식민주의 운동이다
일란 파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2025)
그래픽노블 《팔레스타인》(35호)을 읽고나서 그 분쟁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에 관해 더 알아보고 있다. 이 주제에 관한 책으로 우선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을 선택했는데, 최근에 "아주 짧은" 분량의 관련 책이 출간되어서 개관을 위해 먼저 읽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일란 파페(지음), 유강은(옮김), 교유서가, 2025
Ilan Pappe, A Very Short History of the Israel-Palestine Conflict (2024)
저자 일란 파페는 "역사적 팔레스타인에 첫번째 유대인 정착민들이 도착한 때부터 시작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사건과 인물, 과정 들에 빛을 비추면서, 왜 이 분쟁이 그토록 복잡하게 뒤얽히게 됐는지를 설명" 하고, 이것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라고 하는 현상의 기본적 사실을 이해할 수 있"(6-7)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 파페는 의외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의 저자 라시드 할리디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역사학자이자 "팔레스타인에 수백 년간 뿌리를 둔 명문 가문 할리디가(家) 출신"인 반면, 파페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독일에서 이스라엘로 건너온 유대인 부모"를 가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이스라엘 방위군에서 복무했고,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을 졸업한 후 이스라엘 하이파대학 정치학과 교수로도 재직했으나 양심을 좇다가 결국 살해 협박과 배척을 받으며 쫓겨나듯 영국 엑시터대학으로 자리를 옮긴다(저자 소개 참고).
파페는 서문에서 한 약속대로 이 분쟁의 역사적 경과를,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 분쟁에 개입한 여러 나라, 세력 들과의 관계와 함께 꼼곰히 알려준다. 또한 이 분쟁의 역사적 변곡점마다 각 세력이 취한 입장과 그 입장의 사실여부 그리고 분석 관점까지 함께 제시하는데, 여러 차례 강조하는 것은 '정착민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 패러다임이다. 그는 "시온주의를 정착민-식민 운동으로 이해"(190)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전적 식민주의'는 — 일본이 우리에게 했듯이 — 본국인들이 식민지를 통치하고, 그 목표는 토착 주민을 충성스러운 식민지 백성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식민지 정복자들은 식민지에서 지배적 다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인도 통치나 포루투갈의 아프리카 식민지 등이 고전적 식민주의에 해당한다.(42)
반면 '정착민 식민주의'의 정복자는 토착 사회를 자신들의 사회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정착민들은 종종 본국에서 버림받은 이들이다. 자신들과 너무 다른 토착 주민은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다. 북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가 그렇다. "정착민들은 토착 사회의 역사를 지워버린다. 그리고 자신들이 처음 도착한 때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듯 여긴다. (…) 토착민을 보는 정착민의 태도"는 "제거의 논리"인데,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이 정착민-식민주의 정신을 유지하는 한, 결코 팔레스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하지 못할 것"(42-44)이라고 파페는 단언한다.
이 관점을 통해,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반식민주의 투쟁은 아무런 타당한 이유도 없는 난폭한 테러 행위로 묘사되었"지만, "이제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족 운동을 반식민주의 운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이 해방 투쟁을 벌일 권리를 전 세계가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지금 이야기하는 과정이 탈식민화인데, 양쪽이 똑같이 잘못이 있다는 듯 평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192)
책의 '결론'장에서는 "독자 여러분이 배우기를 기대하는 내용"을 8개의 논점으로 요약한다.1 여러분이 직접 읽어보시리라 기대하기 때문에 간략하게만 소개하겠다.(188-193)
우리는 팔레스타인이 텅빈 땅 — 시온주의의 슬로건이 말해주는 대로 땅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람 없는 땅 — 이었다는 신화를 반박했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와 이후에 영제국의 이해에 들어맞았기 때문에 유대 국가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온주의 운동이 새로운 유대 국가를 세울 장소로 팔레스타인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이는 정착민-식민 운동이 되었다.
비록 서방의 많은 이들이 다른 반식민 투쟁에는, 특히 경쟁하는 제국에 맞서는 경우에는 기꺼이 손을 뻗으면서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관심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평화 노력은 1967년부터 미국이 주도했는데, 미국과 유럽의 동맹국들이 정직하지 못한 중재자였기 때문에 평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른바 평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 주요 구상인 두 국가 해법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참여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여러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무엇보다도 이를 반식민 운동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
최근에 가자 지구는 17년 동안 힘겨운 포위에 시달렸다. 이 17년 동안 이스라엘군은 가자를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네 차례 직접 공격했다. 가자 주민 절반이 21세 이하이기 때문에, 이런 포위와 폭격의 현실이 그들이 아는 세상의 전부다. (…)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급습한 하마스 투사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이 떨어뜨린 폭탄을 통해 폭력의 언어를 배운 젊은이들이다. 그들이 한 일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똑같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더라도 우리는 한결 나은 대응을 했으리라고, 그렇게 확신해서는 안 된다. (186-187)
파페의 인상 깊은 통찰 중 하나는 "유대인 공동체가 8백만 명"까지 성장했고, "세계에서 손꼽히게 강한 군대를" 만들었지만, "팔레스타인인을 억압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으며, 또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랍인 일반, 특히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증오를 제외하면, 이스라엘의 세속적 유대인과 독실한 유대인이 공유하는 공통의 지반은 거의 없는 듯 보"이고 "이런 증오만으로는 안정된 민족 정체성을 이루는 데 충분하지 않다"(193-194)고 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과거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접한 지리적 이웃들과 바로 붙어 있다는 사실을 수용할 때에만, 역사적 팔레스타인과 중동 전체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일원이 될 수 있다. 우리 생애에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195)는 저자의 말처럼 되기를 바란다.
분량은 물론이고 완벽한 입문서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