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인간은 쉽게 악마가 될 수 있다
조 사코, 《팔레스타인》 (2025)
《팔레스타인》, 조 사코(지음), 함규진(옮김), 휴머니스트, 2025(개정판)
Joe Sacco, Palestine (2001, 2024)
미국 몰타에서 태어난 저자 조 사코(1960~)는 "만화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과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으로 '만화 저널리즘'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지은이 소개 중). 이 그래픽노블 역시 가자(Gaza) 지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이라고도 하는 가자 지구의 현실은 이 책의 한국어 초판이 나온 2002년과 비교했을 때 나아지기는 고사하고 더 악화되었다. 이제 이스라엘의 행위는 "학자, 국제법 전문가, 인권 단체들에 의해 집단 학살에 해당한다고 정의된다"1.
사코는 섣불리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는다. 그가 만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평화'의 가능성에 관해 매우 비관적인 반면 이스라엘인들은 자신들은 "그저 평화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그 둘의 평화는 과연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 것일까.
그럼 극단적 시온주의자가 아닌 '양심적' 이스라엘인, 유대인 들은 이 "집단 학살"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왜 이런 사태를 막으려고 노력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들의 역사적 트라우마로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인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에게 어떠한 인도주의적 태도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작고 세부적인 일까지도 금지하고 처벌한다. 그들에게 팔레스타인인은 빨리 사라져야 할 해충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반면, 팔레스타인인에게 이스라엘인은 자신들의 자식과 부모와 친구를 죽였고 계속 죽이고 있는 자들이다.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진 자식의 몸을 씻길 시간도 고작 5분을 허락해주고, 시신을 덮어줄 천도 가져오지 못하게 막는 그들이다.
서로를 악마화하는 것은 너무 쉬운 길이다. 그 길의 끝은 한쪽의 절멸이라는 결론밖에는 없어보이지만 역사상 그 끝에 이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 절멸을 획책했던 쪽이 인류 공통의 적이 되긴 했어도 말이다.
수없이 만나게 되는, 뛰어난 학문적 성과와 저서를 쏟아내는 '유대인계' 지식인들은 이 "집단 학살"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계속 의심으로 남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으니 20년 전에 본 영화 <뮌헨>을 다시 꺼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