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하찮음의 경계를 만지작거리기
리디아 데이비스, 《우리의 이방인들》 (2025)
집중해서 읽기 힘든 책은 계속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형식과 영향력》으로 처음 읽은 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은, 글쓰기에 관여하는 뇌의 잠겨 있던 부분을 해제하는 동시에 글은 이렇게 쓸 수도 있고, 써도 된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명성의 이유 #2: 카를 마르크스와 우리 아빠
카를 마르크스와 우리 아빠 둘 다 딸이 있다. 두 딸 모두 커서 번역가가 됐다. 둘 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번역했다.
(전문, 32)
단체 공지: 불필요한 중복 표현의 사례
우리 단체가
금일
단체로
한데 뭉치기 위해
오늘 오후
모일 것을
알립니다.
(전문, 63)
이타카의 어느 호텔 방에서
청소 관리인 에이프릴이
빨간 펜으로 쓴 손 쪽지를
내게 남겼다.
쪽지는 커피메이커 옆에 놓여 있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지혜는 경이로움에서 시작한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그러나 웃는 얼굴을 그려 넣은 것은 에이프릴이다.
(전문, 67)
제목이 먼저 있었고, 그 제목을 해석하고 상상하고 확장해서 쓰지 않았을까, 넘겨 짚어본다. 하나의 방식만을 따르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만약 여러 개의 글을 묶은 책이 아니라 한 편씩 따로 읽는다면 어떤 맥락에서 읽게 될지도 궁금하다.
《우리의 이방인들》, 리디아 데이비스(지음), 강경이(옮김), 봄날의책, 2025
Lydia Davis, Our Strangers (2024)1
오십 대의 글
오십 대 아저씨라면 적당히 진부하고 적당히 상투적인 글을 써야하지 않을까.
과하게 느낌을 앞세우거나 감각적으로 쓰면
청년들의 글을 흉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고 전해줄 수 있는 지혜 같은 건 없다.
오십 대 글이 쓸 가면은 무엇일까.
독서 #1: 엽전 굴리기
책을 읽는 것은 어느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화에 나온
엽전 모양의 커다란 돌을 밀어서 굴리는 것 같다.
쉬지 않고 계속 굴리지 않으면 다시 움직이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엽전이 뒤로 굴러 나를 깔아뭉개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도 있다.
독서 #2: 휴식
16페이지 정도를 읽고, 네 줄 정도의 글을 썼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다.
등 뒤에서 돌이 굴러오는 소리가 들린다.
날씨 보정
날씨 앱에서 현재 우리 동네는 '맑음'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흐림은 맑음으로 봐야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내 날씨 감각을 보정한다.
수건 세탁
세탁에 관한 평소 내 지론은, 수건은 다른 빨래들과 따로 삶아 빨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세탁기에는 '알뜰삶음', 건조기에는 '타월' 전용 기능이 있어서 두 기능을 연결해 수건을 빨아서 말리면 제대로 해낸 기분이 든다. 아까 다른 빨래통에 들어있던 수건 몇 장을 빼먹은 것이 계속 생각난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을 아마존에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어판을 출간한 ‘봄날의책’은 우리동네에 있다.




국민학교 때 교정에서 훈화 말씀을 하시던 교장선생님들은 사실 그렇게 큰 잘못은 없었다. 내가 지금 그를 대신해 포디움에 올라간다고 무엇이 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