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나는 생각하는 물이다
강릉의 해갈을 기원하며
비가 온다. 고개를 15도 정도 살짝 기울이고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진다니 말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화들짝 놀랬다.
우리가 마신 물은 사실은 옛날에 공룡이 마셨던 물이 순환돼서 지금까지 우리가 마시고 있는 거예요. 공룡 입에 닿았던 물을 우리가 마시고 있는 거예요.1
물이 순환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공룡이라니.
조금 더 생각해봤다.
생물은 죽으면 썩어서 어떤 '성분’이 된다. 그것을 다른 생물이 흡수하고, 그 생물 자체가 된다. 그렇다면 내 몸의 일부는 티아노사우르스의 송곳니, 동굴 속 네안데르탈인의 엄지 손톱, 아프리카인이 기르던 강아지똥이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인체의 약 70%는 물이라고 한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 〈창세기〉 3:19
내가 죽으면 물이 되어, 벌레도 마시고 새도 마시고 고양이도 마시고 내 후손도 마시고 내 원수도 마시고, 그들의 일부가 된다.
외할머니는 '비가 오신다'고 하셨다. 어렸을 때는 그 말씀을 들으며, '비는 농경 중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으레 의인화하여 높이시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그 이유뿐이었을까?
비는 지구의 생명들이 또다른 생명이 되기 위해 내려오는 것이었다. 저 빗속에 아버지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내 이십 대를 가까이서 지켜본 강아지 다롱이도,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여 죽인 바퀴벌레도 함께 있을 것이다.
혹시 윤회(輪廻)는 이런 것 아닐까. 그럼 의식, 정신, 영혼 등은 어디에 자리잡아야 할까?
몇 달만 비가 오지 않아도 인간의 삶은 피폐해진다. 이번 강릉의 가뭄만 봐도 알 수 있다. 생명의 고리가 찰나만 끊겨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
부디 강릉에 비가 많이 오길 바란다.
MBC 〈나혼자산다〉, 2025.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