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직업과 생업은 어떻게 다를까?
이토 히로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20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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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는 책을 요약해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책 뒤에 숨어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매일 고민합니다. 일단 크든 작든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내 회사원 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어쩔 수 없음'이거나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등 이었다. 항상 내게 맞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는 충동이 있었고, 회사 내 불합리가 극에 달하면 그 충동은 더 강해졌다. 그렇지만 월급을 받고 물건을 사고 통장 잔고가 줄어들면 곧 현실론에 수긍했다. 그럴수록 생활과 일은 내 안에서 분리됐다.
낮 동안에는 회사 일에 전념하고 퇴근 후에는 공부를 하며 다른 일을 모색하는, 가장 현실적이며 합리적으로 보이는 대안을 선택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머리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런 생활을 잘 살아가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분리된 둘로 살 수가 없었고, 그 결과로 어느쪽에도 전념할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 이토 히로시가 말하는 "생활과 일을 일체화하는 사고방식"은 내게 전혀 불가능했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이토 히로시(지음), 지비원(옮김), 메멘토, 2025
저자는 도시의 광고회사에 다니다 회의에 빠진 회사원이었지만, 스스로 '생업'(生業)을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생업'은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고, 돈 때문에 내 시간과 건강을 해치지 않으며, 하면 할수록 몸과 머리가 단련되고 기술이 쌓이는 일"이며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며 동시에 삶을 충실하게 만드는 일"이다.
‘생업 10개조’에서 “각 요소를 이끌어내는 사고의 흐름이 중요”한 것이고, 이 책의 나머지 내용은 그 사고의 흐름과 실천 과정을 보여준다.
생업을 통해 일상이 살아난다.
고객을 도와주되, 의존하지 않도록 한다.
자립하는 사람을 늘리는 일에 기여한다.
생업은 혼자서 시작할 수 있다.
집세와 같은 고정 비용에 쫓기지 않는 삶을 산다.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전업이 아니어도, 전업보다 더 본질적인 가치를 만든다.
일을 통해 삶의 실감을 되찾는다.
일부러 매출을 늘리려 애쓰지 않는다.
자기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만든다.
책은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확실한 반대이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저항 지침서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는 전문화된 직업 하나만을 선택하고 오로지 그에 전념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물러나면 죽는다'는 심정을 갖게 만든다. 그 결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는 직업을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하게 된다. 가령 의사나 변호사 같은 것들 말이다.
이십 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당연히 대부분의 의사들이 생명을 살리고자하는 숭고한 사명감을 조금씩이라도 품고 그 일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동안 옆에서 지켜본 결과, 그것은 사실과 달랐다. 지금은 대부분이 성형외과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고 하니, 그런 사명감을 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 되었다. 물론 훌륭한 의사들은 항상 있고, 어떤 직업의 정의를 지탱하는 것은 그런 소수의 '영웅'들인 것 같다.
사회가 좋은 직업이라고 압도적으로 합의한 것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동시에, 그 방법을 찾아낸 후 '그런 건 제대로 된 직업이 아니야'라며 무시하는 사회적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전업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의 사례처럼). 이 둘을 모두 해냈다는 점에서 저자 이토 히로시의 훌륭함이 드러난다. 일본 에세이나 자기계발류의 책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이하며 압축적이지 않은 문체는 이 책에도 여전하지만, 그 내용에는 '생업'을 재개념화하고 그것을 자신의 실천으로 증명한 과정이 담겨있다.
한국과 일본은 공통점도 많지만 너무 다른 것도 많기 때문에 생업을 만들고 실천하는 가이드를 우리가 받아들이기엔 무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 가령 시골에 생활 기반을 만드는 사례 같은 것은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에도 지방 인구 소멸에 대한 대책으로 빈집을 싸게 임대해 주는 정책에 청년들이 호응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그것도 비현실적인 대안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일본어판이 2012년에 출간됐고 한국어판은 2015년에 초판이 나왔었는데, 10년만인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당시 일본과 현재 한국은 13년의 간극이 생겨버린 셈인데, 그 내용이 여전히 유효할까라는 의심을 갖고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상투적이지만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가이드를 현재 한국에서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충분히 변용할 수 있고 새로운 발상으로 뻗어나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내용은 전자책으로 봐도 되겠다 싶어 오랜만에 전자책으로 사 읽었는데 이내 후회했다. 앞뒤로 이동하는 것(머리 속에 잔상으로 남아있는 어떤 내용으로 빠르게 이동해서 확인하고 연결하는 것)의 불편은 내용 파악에 큰 지장을 주기도 하고, 스크린으로 뭔가를 읽을 때 훑어보는 습관이 전자책을 읽을 때도 발동하다보니 대충 읽는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손으로 만지고 연필로 줄을 긋고 메모하지 못하는 것도 그 느낌에 일조하는 것 같다. 앞으로 소설은 전자책으로 읽을까 했던 생각도 접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