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나도 웃기고 싶다고
금개, 《적정 코미디 기술》 (2025)
'코미디'(comedy)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웃음을 주조로 하여 인간과 사회의 문제점을 경쾌하고 흥미 있게 다룬 연극이나 극 형식. 인간 생활의 모순이나 사회의 불합리성을 골계적, 해학적,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 표준국어대사전
이 정의의 문제는 "문제점", "모순", "불합리성"만을 소재로 보고, 그 해석 방식도 "골계적, 해학적, 풍자적"으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코미디라는 형식에 어떻게든 목적성을 부여하려고 했거나 삶 속의 균열에서만 웃음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단지 웃음을 위한 웃음은 불가능할까?
꼬마 때 티비로 〈유머 1번지〉 같은 코미디 또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대고 있으면 아버지는 항상 '저런 바보짓을 하면서 웃기다고... 쯧쯧' 하며, 코미디언들에게 하는 말씀인지 나에게 하는 말씀인지 아리송하게 혀를 차셨다. 당시 어른들에게 코미디는 '저질'이며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백해무익한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폐지하며 개그맨 전성 시대가 끝나는 듯 보였지만, 유튜브의 시대가 찾아오자 상황이 바뀌었다. 그들에게 유튜브는 자신들의 아이디어, 기획력, 숨겨진 욕망을 풀어 놓기에 최적의 매체였다.
《적정 코미디 기술: 우리만의 농담을 발명하자》, 금개(지음), 오월의봄, 2025
이제 유머 감각은 누구나 갖고 싶지만 아무나 얻을 수는 없는 그런 고급 '기술'이 되었다. "이는 아무래도 감각의 영역이다. 유머 감각과 코미디에 대해 말로 풀어 쓰려는 노력을 할수록 재미있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질 뿐"(6)이다.
유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싶은 욕심은 나도 항상 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래도 일상 대화에서는 남들을 웃게 만드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 나도 안다. 간혹 발생한 일에 대한 주관적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런 자신감이 독이 된다는 것을.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혹시나 유머와 재치와 아이러니가 흘러 넘치는 재밌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말이다. 지은이가 성소수자(레즈비언)이며 그 정체성을 기반으로 코미디에 관해 쓴 글이라는 것을 책 정보에서 봤을 때, 코미디와 유머에 관한 얘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건 아닐까 의심했었다. 그런데 알라딘 100자평에 누군가 썼듯이 "의외로 진짜 코미디의 기술도 알려"준다.
'바이소시에이션'(bisociation), 한글로는 '이연연상'이라는 개념이 있다. "두 개(이상)의 연상 체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창의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가 만든 용어인데, 그의 책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고 한다.(222)
감옥에서 수감자들끼리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밑장 뺀 걸 들키자, 죄수들은 그를 감옥에서 쫓아냈다.
"독자가 예측하는 정상적인 맥락"과 "충돌을 일으키는 비정상적 맥락"(223)이 충돌하며 창의성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 책 자체가 이 '이연연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쓴 일종의 회고록, 그리고 사람들을 웃기고 싶다는 욕망으로 파고드는 코미디 탐구가 그 두 개이다. 그 둘은 충돌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흡수되어 새로운 창의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항상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L이든 G든 B든 T든 Q든 상관 없다(평범한 이성애자는 좀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성정체성을 바라보는 관점은 좀 순진한데, 어차피 같은 사람인데 그런 차이들은 인정하고 그냥 좀 다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로써 서로를 대하면 정말 좋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수준이랄까. 그런데 현장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스탠드업 코미디가 유튜브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최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꽤 오래전부터 진지하게 이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들의 상황과 시도가 매우 다채롭다는 것에서도 진지한 즐거움을 느낀다.
아무튼 나도 웃긴 글을 쓸 수 있게 진지하게 노력해 볼 생각이다.



남산도서관의 북큐레이션 기획으로 ‘코미디언 서가’가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https://nslib.sen.go.kr/nslib/board/index.do?menu_idx=249&manage_idx=2463
반드시 웃음에 관한 책만 있는 건 아니지만, 참고삼아 공유드립니다.
ㅎㅎ 재밋네^^ (보잘 것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일을 하면서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x라 부럽지 않음? 그 사람이 이 세상의 주인인 것 같으면서~~ 유쾌하게 웃으면서 사는 사람이 대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