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그래픽노블1도 좋아한다. 몇 가지 경우를 봤다. 책은 좋아하지만 만화는 안 좋아하는 사람(OX), 책은 안 좋아하지만 만화는 좋아하는 사람(XO), 책도 만화도 좋아하는 사람(OO), 책도 만화도 안 좋아하는 사람(XX).
당연히 XX가 OX, XO, OO가 될 확률보다 XO가 OO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도 책에 염증을 느낄 때 만화를 읽으면(물론 둘 다 책이지만) 다시 독서 의욕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만화책을 많이 보는 것도 좋은 일이고, 만약 다른 책은 안 보고 만화책만 본다면 그것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2 책을 꼭 읽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알라딘의 오랜 고객이지만 100자평을 쓰는 것은 정말 화가 나게 만든 책이거나 너무 좋은 책이거나 두 경우밖에 없다. 지금까지 모두 7개를 썼는데, 이 책에 대한 100자평은 이렇다.
내 기억에 한정하여, 읽어 본 한국 그래픽노블 중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야/봐야 겠다.
《믿을 수 없는 영화관》, 황벼리(지음), 한겨레출판, 2024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은 한국만화가협회부설 만화연구소가 이 책을 '2024 올해의 출판만화'로 선정한 것을 보고 알게 됐다. 만화연구소가 매달 선정하고 있는 '이달의 출판만화'도 종종 확인하면서 만화를 살 때 참고하고 있었는데, 그 만화들 중 한 해의 최고로 꼽혔다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내 옛날 친구 중에는 만화를 빨리 읽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친구가 있었다. 반면 내게는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배경 그림, 대사의 뉘앙스도 중요했기 때문에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모든 책을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다는 건 나중에 알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시간을 마음껏 질질 끌면서 천천히 읽었다. 컷마다 시선을 놔주지 않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일하는 주인공(고무섭)이 커피와 연결된 연인(곽풀잎)과의 기억을 떠올릴 때 그림이다.
이런 화면 연출을 발견하고 나니 더 꼼꼼히 보게 됐고, 작가의 섬세함과 서정성에 푹 빠져들었다.
글 역시 곱씹어가며 읽었다. 내가 詩와 산문을 가르는 기준3은 매우 단순하다. 마음과 머리 속에 가득 찬 뭔가를 표현하지 않으면 스스로 존재가 위태롭다고 느낄 때, 언어를 조심스럽게 선택해 갈고 닦아서 보석처럼 만들어 정서라는 실로 꿰면 詩이고, 그 외의 경우, 즉 의미 전달을 위해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언어(일종의 불순물들)가 많으면 산문으로 본다. 이 책은 그 양쪽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경계를 걷기도 한다.
지금 난 당신에게 너무 무겁잖아. 그러니까 내가 가방이 될게. (20)
오늘 밤은 너무 밝아 별이 잘 보이지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또 1년에 한 번쯤은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고래가 일으킨 물결이
파도가 되어 밀려온 걸지도 모르니까요. (85)
아! 제가 미대에 다니거든요.
한번은 미나미가 손목이 불편한 동생에게 줄 화분을 만들었거든요?
가벼운 흙을 쓰고, 들기 편하도록 두꺼운 손잡이를 달고 ... 겉면엔 동생이 좋아하는 잠자리도 그려 넣었죠.
전 그 모습이 꼭 긴 편지를 쓰는 것만 같았어요. (91)
그래서 아주 천천히, 시집을 읽듯 천천히 보고 읽었다.
황벼리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어서 소개글에 나와있는 《사진 한 장의 무게》, 《아무런 맛이 나지 않을 때까지》, 《다시 또 성탄》을 찾아봤다. 셋 모두 독립출판물이라 독립출판 전문서점4에도 《아무런 맛이 나지 않을 때까지》 외에는 모두 품절이었다. 하지만 다른 책도 어떻게든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전자책(PDF)으로도 판매하고 있는데, 사서 읽으실 분들은 가격 차이도 크지 않으니 반드시 종이책으로 보시길 권한다. XO인 경우에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The Peacocks'를 들었다. 아직 빌 에반스의 것만큼 좋은 것은 못 찾았다.
둘을 구분하는 정의들이 있긴 하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출판사의 ‘주장’을 따르곤 한다.
이 틈새를 다양한 학습만화가 파고든 것인가?
이 경우에는 출판사의 주장을 따르지 않는다.
유어마인드, 스토리지북앤필름 등







무슨 무슨 문학상들에서 시 부문이 없어질 날이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 꽤 되었는데 이 글을 읽고 이 시대에 시란 무엇일까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