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을 정리합니다
10권의 책을 돌아보며
조금 늦게 8월 멤버십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덥지만, 그래도 뜨거운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게르트 위딩, 《수사학의 재탄생》 (2010)
일란 파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2025)
히가 스스무, 《오키나와》 (2025)
팀 잉골드, 《조응》 (2024)
존 제레마이아 설리번, 《펄프헤드》 (2023)
김기흥, 《팀 잉골드》 (2025)
장 아메리, 《자유죽음》 (2022)
김혜순, 《죽음의 자서전》 (2016)
김구용, 《구용 일기》 (2000)
왕유, 《왕유 시전집》 (2017)
7월은 책읽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날씨 탓이라고 눙치렵니다.
그래도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저 스스로는 얻은 것들이 꽤 있다는 일말의 안도감이 들지만, 이 뉴스레터는 독자분들을 위해 쓰는 것인데 어떤 쪽으로든 읽을만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어렸을 때는 '내가 최선을 다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어떻게든 전해지리라'는 진정성을 믿었었죠. 그런데 이런저런 사람들을 겪다보니 그게 참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지금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 한 것 같아요. 좀 더 영리하게 순진해야 한다는 것이 타협점이랄까요.
오랜만에 수사학 관련 책을 읽었습니다. 《수사학의 재탄생》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독일에서의 수사학'이라는 특수성을 다룬 책이어서 예상했던 내용은 아니었습니다만, 독일 낭만주의와 수사학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에서 수사학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도 추론해 볼 수 있었구요. 여러분은 수사학에 관심 있으신가요?
가자 지구 학살과 일본 오키나와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 보면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약자들에게 식민지 지배는 잔혹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인간의 폭력성은 진화를 통해 사라지거나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잠복해 있다가 — 억지력 또는 양심이라는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처럼 — 최적의 상황을 만나면 창궐하는 바이러스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간은 참으로 알기 힘든 동물입니다.
그런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팀 잉골드는 '선(線)의 인류학' 또는 '조응의 인류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내놓습니다. 그의 다른 책 《라인스》를 읽기 시작했고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도 읽으려구요. 《Making》은 특히 관심이 가는 책인데 아직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네요.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 한정된 분야의 책만 읽어서는 가닿을 수 없는 목표라는 것이 더더욱 느껴집니다.
《펄프헤드》와 《구용 일기》는 내용적으로는 바늘귀만큼의 공통점도 없는 책들이지만 작가들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한 책들이죠. 이 분들은 글쓰기의 전범으로 삼고 싶은 글을 씁니다. 물론 《구용 일기》는 구용 선생이 십대 후반부터 쓴 글이니 비교는 힘들겠지요. 그러나 그 글들에서도 선생의 백지 같은 심성이 느껴집니다.
구용 선생은 불교에 심취했는데 그 점은 왕유와도 닮았습니다. 왕유가 '시불'(詩佛)로 칭송되는 이유가 그것이기도 하죠. 《왕유 시전집》과 함께, 같은 필자인 박삼수 교수가 쓴 《왕유의 시세계》도 함께 읽으려고 합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제가 중국 고전 시인 연구서를 읽게 될 줄은 몰랐죠. 의외성은 즐겁습니다.
죽음에 관한 하나의 산문집과 하나의 시집은 각각 실제적 죽음과 은유적 죽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죽음의 자서전》이 언어, 특히 한국어로 이뤄낸 성취는 대단합니다. 화려한 은유와 심상들 그러나 죽음을 가리키는 캄캄한 의미들은 커다란 모순을 만들어 냅니다. 이 모순이 《자유죽음》과 유일하게 연결되는 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두 책을 꼭 연결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비슷한 시기에 읽은 책들은 자석처럼 서로 들러붙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을 죽이려던 것들로부터 살아남은 용기 그리고 죽음을 자유롭게 선택한 용기를 모두 가졌던 장 아메리를 기억하겠습니다.
뉴스레터의 내용과 형식에 관한, 읽는 분들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만지작거리고 있어요. 다음 달부터 계속 시도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의견 많이 주세요.
8월 7일이 입추인데 그때를 지나면 더위가 좀 누그러질까요? 7월 한달도 감사했고, 8월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